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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영화... 그리고 견자단


무협 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적 강렬하게 각인된 1991년 작품인 '동방불패'부터였던 것 같다. 무협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소오강호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잘 살린데다가 주인공인 임청하의 신비로운 매력과 이연걸의 외유내강스러운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였다. 물론, 배우의 매력만이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 및 무협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무술 연출 또한 백미였었다.

[ 카리스마 작렬의 절정고수, 동방불패 '임청하' ]

[ 카리스마 작렬의 절정고수, 동방불패 '임청하' ]



동방불패 이후 그 당시 재미있게 본,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무협영화들을 꼽아보면, 백발마녀전, 신용문객잔, 신유성호접검, 황비홍 1~3 등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들 중 상당 부분에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견자단이다. 1963년에 태어났으니 현재 48세. 무협 영화의 주인공을 하기에는 꽤 많은 나이이다. 위 영화들을 보던 당시의 젊은 견자단에 대한 기억은 솔직히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워낙 주인공들의 포스가 강해서 그에 밀린 감이 있긴 하지만, 절도 있는 무술 연기와 애매한 날카로운 이미지 정도만 기억이 난다.

[ 황비홍2 에서의 견자단. 마지막 장면에서 이연걸과 견자단의 무술 대결은 지금 봐도 일품 ]

[ 황비홍2 에서의 견자단. 마지막 장면에서 이연걸과 견자단의 무술 대결은 지금 봐도 일품 ]



괜찮은 조역이 아닌 주목해볼만한 주연으로서 견자단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영화 2005년 살파랑과 2007년 도화선 때 부터였다. 이 영화들은 중국 무협이나,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 현대적인 느와르물인데, 무협에서의 무공이 아닌 실전 액션으로서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나름의 캐릭터 포스를 풍기는 견자단이 와 닿았다.

[ 살파랑 포스터. 견자단과 홍금보의 포스~ ]

[ 살파랑 포스터. 견자단과 홍금보의 포스~ ]



아마 대중적으로 견자단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영화 '엽문'이었을 것 같다. 중국 근대 역사와 '영춘권'을 배경으로 했기에 이연걸의 '황비홍'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으면서, 견자단의 화려한 무술을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개봉된 엽문2도 개인적으로는 1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다. 최근 개봉한 엽문3는 주인공도 견자단이 아니었을 뿐더러 무협 영화가 아니라 어정쩡한 시대 로맨스물이었던지라 완전 꽝이었지만...

[ '엽문'의 견자단 ]

[ '엽문'의 견자단 ]



문득 못챙겨본 견자단의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2010년에 나온 '금의위(14 Blades)'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바로 구해서(^^;;;) 아이패드2에 넣어 장거리 이동 중에 감상했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봤는데, 나중에 거실의 큰 화면으로 다시 볼 생각이다.



영화 감상 소감을 결론부터 짧게 이야기하면... 강력 추천이다. 원래 무협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재미를 안겨줄 것이고, 그다지 무협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잘 정돈된 액션 영화로서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네타바레, 미리 까발리기)는 없다.


견자단의 금의위 (14 Blades) 가 재미있는 8가지 이유



금의위
감독 이인항 (2010 / 홍콩,중국)
출연 견자단,조미
상세보기

  1. 모든 영화의 재미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에서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주연의 카리스마와 연기는 영화의 전체를 좌우하며, 주연 배우 이름 하나만으로 영화의 재미를 예상하고 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견자단은 금의위에서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 금의위 주인공 청룡 역의 견자단의 매력 ]

    [ 금의위 주인공 청룡 역의 견자단의 매력 ]


    중국 명나라 시절 황제 직속 최강 친위대로서 이유 불문하고 황제의 명령을 실행하는 조직인 금의위. 그 금의위에서 최강의 무공을 가진 리더를 가리키는 청룡이 바로 견자단의 직함이자 이름이다. 원래 이름도 없다. 그냥 청룡일뿐이다. 환관의 계략에 의해 청룡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자신의 존엄을 찾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견자단의 내면 연기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 금의위 주인공 청룡 역의 견자단의 매력 ]

    [ 금의위 주인공 청룡 역의 견자단의 매력 ]


    50을 바라보는 나이(몸은 장난아니지만...)에서 나오는 중년의 눈빛과 분위기. 강함에서 나오는 강렬한 카리스마. 이런 것들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하면서, 무술 액션만이 아닌 총체적인 모습에서의 주연 배우의 매력을 구성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얄쌍한 얼굴과 쌍커풀이 진 눈이 무협 액션 영화의 배우로는 왠지 좀 부담스럽고 안어울리는 느낌이었는데, 금의위에서 본 견자단의 모습은 과거의 그런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2. 주연 남자 배우만이 아니라 그 상대역인 여자 배우도 영화의 재미를 더욱 살려준다. 금의위의 여주인공인 교화 역을 맡은 조미는 왠지 낯이 익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주성치의 명작 소림축구(소림족구)에서 만두를 팔다가 골키퍼 역을 맡은 태극권의 고수 아매를 맡은 여배우였다. 청순한 모습과 서글서글한 눈매가 무척 인상깊었었는데, 금의위에서의 조미는 어린시절 우상이었던 임청하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보여 준다.



    [ 금의위의 여주인공 교화 역의 조미 ]

    [ 금의위의 여주인공 교화 역의 조미 ]


    임청하의 매력은 시원한 얼굴선과 서글서글한 눈매, 강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들에 있었다. 이 매력을 교화 역을 맡은 조민에게서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견자단과 뜻하지 않게 얽혀들면서, 그에게 점점 빠져들지만 그것을 잘 갈무리하며, 그에 대한 사랑을 다른 형태로 소화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보여준 의연한 모습들도 어색하지 않았다.


  3. 악역도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무협 영화에서는 악역이 상당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야 주인공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게 된다. 금의위의 악역은 특이하게도 투투라는 서역 여자인데, 악역에 부끄럽지 않는 무공을 지니고 있다. 자기 나름의 어떤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지 전혀 설명이 없고 단순히 의부인 홍금보와 뭔가 인연이 있지 않나 추측만 할 수 있어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청룡을 몰아붙일 정도의 뛰어난 무공과 여성 캐릭터에 어울리는 복장과 무기 연출이 좋았다. 한 가지 깨는 점이 있다면, 대결 시 째지는 듯한 기합 소리... ;;;

    [ 신비한 무공을 지닌 악역 투투 ]

    [ 신비한 무공을 지닌 악역 투투 ]



  4. 비중이 큰 조연이 또 있는데, 판관(주의... 악의 축인 환관이 아니라 이름이 판관이다;;)역을 맡은 오존이라는 배우이다. 누군지 몰라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영화보다는 주로 TV에 많이 출연한 배우인 것 같다. 1979년 생이라는데, 거의 20대 꽃미남이라고 해도 좋을 외모를 금의위에서 자랑한다. 꽃미남인데 도적단 두목! 게다가 의협심 충만에 무공 또한 일품. 금의위가 중년 취향만이 아닌 아이돌 취향의 여성들에게도 통할 요소라고나 할까? ^^

    [ 꽃미남 도적 두목 판관 역의 오존 ]

    [ 꽃미남 도적 두목 판관 역의 오존 ]


    (영화 속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홍금보 !! 출연하는 시간은 짧지만,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보여준다~)


  5. 무협 영화이니 무술 격투 장면은 영화의 재미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어야 한다. 청룡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이 펼치는 무술은 어느 당파로 정의될 수 있는 무술이 아닌 소위 말하는 실전 무술이다. 취권, 당랑권, 태극권, 영춘권, 소림사 무술 등등의 계보있는 동작은 아니지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한 동작을 보여준다. 무술 동작 그 자체로의 맛은 엽문이나, 이연걸의 태극권 등등에는 못미치지만, 동작을 보여주는 화면의 연출이 괜찮다.


  6.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나타나 있지만, 이 영화에서 무기가 차지하는 측면은 상당하다. 무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구조는 아니지만, 영화 속 무술 대결 장면의 상당 부분에서 무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청룡의 무기인 14검은 14개의 형태가 다른 검을 가리킨다기보다는, 검들과 몇 가지 장비가 장착되어 있는 등에 매고 다니는 상자이다. 이 무기 상자는 금의위 최고의 무공 소유자인 청룡에게 부여되는 장비인데, 무기만이 아니라 고문 도구나 자결용 무기까지 풀세트로 갖춰진 장비이다.

    [ 14검을 모티브로 한 금의위 영화 포스터 ]

    [ 14검을 모티브로 한 금의위 영화 포스터 ]


    좀 더 이 무기들 각각의 매력이 보여졌어도 괜찮지 않나 싶지만, 무기에 너무 집중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영화의 밸런스에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맨손 격투도 무협 영화의 백미 중 하나이지만,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무기들을 들고 싸우는 것은 무협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특별한 힘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신기한 힘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마치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미션 수행을 위해 다양한 무기들을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주인공 청룡(견자단)의 14검 말고도 악역인 투투의 연검이나 판관의 곡도도 영화에서 멋지게 묘사되고 있으며, 판관의 부하 도적들이 쏘는 석궁이나 화살 폭탄 등도 디자인 및 카메라 연출 등을 통해 나름의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감독의 무기에 대한 집착이 어느 정도 보이는 부분이다.


  7. 영화에서는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스토리로 망치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1시간 50분 동안의 이야기에서 스토리 때문에 불만을 갖는 부분은 거의 없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편이며, 갑자기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도 없다.

    90년대 황비홍을 필두로 근래에 인기를 끈 중국무협영화들 상당수는 근대화를 겪는 격동의 중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스토리 전개의 축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수준 이상의 스토리를 갖고는 있지만, 다소 식상한 경우도 많은데 반해 금의위는 명나라 시대를 채택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역사적 사건을 채용한 스토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좋은 흐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스토리 자체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할만한 이유가 된다.

    [ 금의위 청룡과 표국 대장의 딸 교하는 과연 어떻게 맺어질까? ]

    [ 금의위 청룡과 표국 대장의 딸 교하는 과연 어떻게 맺어질까? ]


    청룡(견자단)과 교하(조미) 사이의 로맨스도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한다. 무협지에서 로맨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무협 영화에서의 로맨스는 아예 작정하고 절절하게 만들지 않으면 빼버리는 것이 나은 경우가 종종 있다. 금의위에서의 로맨스는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당위성을 만들어줄 정도로 잘 녹아 있다. 청룡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교하의 모습의 변화... 그런데 청룡과 같은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될지... 엔딩 처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긴 한데, 마지막 장면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엔딩이다.


  8. 영상미의 상당부분은 무술 연출에서 비롯되지만, 대결이나 전투신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상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주로 청룡과 교하 둘이 있는 정적인 장면 연출에서 이런 영상미가 잘 나타나며, 배경 처리 및 조명, 의상 등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영화이다. 무협 영화에서 음악은 추억의 몇몇 명작들의 주제가 말고는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는데, 금의위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음악이 간만에 좀 마음에 들었고, 전투 신 중 한 음악에서 왠지 코에이의 유명한 게임 시리즈인 '전국무쌍' 풍의 BGM이 나와서 신선했다.



간만에 멋진 무협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영화인데, 이 정도 작품이라면 솔직히 근래에 개봉한 엽문 3 같은 것보다는 훨씬 뛰어나고, 관람객 실적도 괜찮았을텐데 다소 아쉽다. 극장의 큰 화면에서 봤으면 더욱 좋았을 영화인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중국 태생의 영화가 극장에 걸린 것을 본 적은 많지 않은 듯... 흠... 뭔가 구조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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